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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모유수유하는 여자야!! - 최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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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통곡 작성일19-03-03 14:10 조회9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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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나쁜여자였다. 남들 힘들게 공부하는 시험, 전공이라 쉽게 합격해놓고 합격비법 좀 알려달라고 하면 기껏 하는 말이 "응~그거 그냥 며칠 열심히 하면 돼" 라고 재수없게 대답주던 그런 여자였다. 그러던 내가, 둘째 아이를 낳고 젖이 돌면서 전전긍긍하는 나를 보며 아가씨 간호사들이 참을성없는 엄마취급하며 애한테 물리면 금방괜찮아 진다고 쉽게하는 한마디에 크게 상처받았다.

나는 어려서부터 크고 못생긴 가슴때문에 컴플렉스가 많았다.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 큰가슴이 사랑받지만 20여년전 시골에서는 미련함의 상징이었다. 사이즈 문제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함몰유두는 나에게 목욕탕이나 찜질방에 아예 가질 못하게 했다. 그리고 수유하려고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일반적인 사이즈의 메델라유두보호기가 안맞을 정도로 유두가 컸다. 비싸게 산 유두보호기, 반품도 안되고 말이다.

큰아이낳고 나오지 않는 유두를 계속 아이에게 물렸더니 상처는 잔뜩 났고 유두보호기는 들어가지않고, 유축기로 짜니 피만 뚝뚝 떨어지고.. 아이는 점점 분유에 길들여져 갔다. 큰아이에게 모유수유를 실패하고 죄진 마음으로 지내고 있는데 소아과 의사선생님 "아토피를 확진합니다"라고 선언하시는데 나의 귀엔 엄마가 모유를 못먹여서 아토피에 걸린거야 라는 소리로 들려 며칠을 우울해했다.
그렇게 몇년의 시간이 지나고, 회사, 집, 주말엔 백화점 밖에는 모르고 지내다가 둘째를 갖었다.

둘째는 꼭 모유를 먹이고 싶었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모유를 먹일 수 있는지 특별히 물어볼 데가 없었다. 그래서 아이를 낳고 첫날부터 아이에게 젖을 물렸다. 나오지도 않는 빈젖을 아이는 엄마의 바램대로 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빨고 또 빨았다. 그러나 안타깝게 젖이 돌기도 전에 상처가 잔뜩 났고 젖이 돌기시작하자 퉁퉁 불어 가뜩이나 함몰되었던 유두가 자취를 감추고 바위덩어리만 두개 남아버렸다. 밤이 되자 겁이 버럭 났고 가슴맛사지 해줄수 있는 분 연락처를 백방으로 물었다. 결국 어렵사리 전화번호 하나 받아들고 사정얘기를 했더니 우선 양배추를 사서 가슴에 붙이고 응급처리를 하라는 말씀과 다음날 아침 새벽에 오시기로 했다. 어쨌거나 아침이면 오신다는 그 말씀에 희망을 갖고 밤새 가슴과 사투(?)벌였다. 아예 기초지식도 없었던 나는 피부관리실에서 출장나오시는 걸꺼라 짐작했다. 새벽에 병원으로 나를 구해주러 오신 그 분은 대전 둔산점에 계시는 고미애실장이셨다. 밤새 양배추를 냉장고에 넣었다 꺼냈다 하느라 잠을 못이룬 상태에 오신 실장님은 천사였다. 붙잡고 엉엉 울고 싶었다. 밤새 너무 아팠고 이렇게 힘들어 하는 나를 간호사들은 이해못했고, 모유는 너무 먹이고 싶었다. 그렇게 연거푸 3일을 관리받아서 모유는 조금씩 흘러나왔으나 결정적으로 함몰유두라 직수가 어려웠다. 아이는 배고파서 계속 그 유두를 빨았고 상처는 점점 심해졌다. 하도 아파서 봤더니 아이입가에 피가 주루룩 흘러내리고....직수를 좋아하는 아이때문에 결국 쭈주의 도움없이 수유를 할 수 있었다.
이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모유의 양. 아이낳고 2주가 넘도록 20~30ml정도 밖에 나오지 않았다. 결국 모유보다 분유를 더 많이 먹게 되었고 하루에 분유만 100cc씩 6번정도를 먹여야 했다. 이 지경이 되다보니 소아과에선 모유포기하라는 얘기를 했고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먹이고 싶은 욕심에 실장님을 찾아 도움을 받았다.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말씀과 아주 잘하고 있다는 격려를 받아 힘을 내서 수유를 했다.
그러던 중 아이가 생후 70일이 되던 날 갑자기 분유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애초부터 젖양이 적어서 짜놓은 젖도 없었고 아이는 계속 젖만 찾았다. (소아과에선 비싼 메델라 모유촉진기를 처방해주었으나 결국 사용도 못했다.) 산부인과에 가서 다른 산모의 남는 젖이라도 얻어와야 하는 걸까 고민할 정도로 다급했다. 다시 실장님을 찾았고 젖양을 늘리는 방법을 여쭸다. 그래서 60~70ml정도로 어렵사리 늘렸고 그후로 아이는 하루종일 젖을 물고 살았다.
결국 생후 141일째인 오늘까지 완모를 할 수 있게되었다.

애초부터 아이의 백일을 기념해 제주도로 여행을 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젖병 여섯 개와 분유통, 젖병솔, 물병까지 가지고 가지엔 여행이 너무 벅찼다. 그래서 꼭 완모를 했어야 했다. 물론 엄마의 가슴건강과 아아의 평생건강을 위해서 당연히 중요하긴 하지만..
단순한 이유로 그렇게 꿈에 그리던 완모는 젖만을 좋아하는 아이와, 따스한 위로와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으셨던 고미애실장님, 그리고 젖병한개로 하루에 여섯번을 소독해가며 분유에 길들여지지 않으려했던 나의 의지의 산물이다.
나 정말 어렵게 모유수유하는 여자야!!


2010-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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